2012년 9월 13일 목요일

'너느님들'의 세계

조국님이 말하셨다.

맑은 - 영혼 - 눈빛 - 담판 - 양보 - 감동 - 승리 라구. 참 예쁜 단어들이 모여, 말씀하신 분 외모만큼, 말끔히 늘어섰다. 그런데 나는 아주 조금 미심스럽다. 맑은 영혼은 어떻게 아는 걸까? 머리 뒤 쪽으로 어슴프레한 빛이라도 나는 걸까? 나는 왜 볼 수 없을까? 동화 속 임금님처럼 내 영혼이 충분히 맑지 못해서일까? 내가 너무나 탁한 영혼의 소유자이기에, 안철수와 정운찬이 또 문재인과 임태희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걸까? 그런데 영혼을 보는 능력은 어떻게 갖게되는 걸까? 타고 나는 건가? 배우는 건가? 타고 나는 거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가지고 있을까? 못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가진 사람들을 믿고 따르면 되나?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면 어디서 누구에게? ‘수정처럼 맑은 영혼’이란 이름을 가진 인디언 추장님은 아실까? 이렇게 믿지 않고 따지는 것 자체가 영혼 타락의 증거는 아닐까? 아~~.

눈빛 교환을 통한 담판, 역시 멋지다. 한참이나 어린 나보다 ‘쿨’ 하다. 외모만큼이나 노회한 난 또 뭔가가 켕긴다. 사람이란 참 스스로를 객관화 하기 어려운 존재인데, 그래서 늘 자기가 더 잘났다 생각하고, 또 그렇게 생각지 않더라도 인정하는거 쉬운게 아닌데. 더구나 남은 아이스크림 하나 누가 먹을지에 대한 결정도 아니고, 어쩌면 자신의 삶 전체와, 주변에 얽히고 섥힌 사람들의 삶의 많은 부분, 그리고 어쩌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적지 않은 부분이, 그 하나에 대롱대롱 매달린 그런 결정인데, 어떻게 그렇게 쿨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수많은 미지수와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정치의 공간에서 누가 더 나은지, 누가 더 잘 할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 걸까? 확신하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내려 놓을 수 있을까?

그래!! 그들은 영혼을 보는 능력만 가진게 아니었구나.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드래곤 볼에 나온 것 같은 상대의 종합적 전투력을 측정하는 스카우터를 가지구 있구나. 그 안에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나라들의 정치, 사회, 경제에 관한 모든 데이타가 집적돼 있어, 서로 눈빛을 교환하기만 하면, 향후 5년 각자의 종합 정치력 수치가 딱 나오는 것이구나. 그러니 승복이 크게 어렵지 않은거야. 아~~.

그런데 맑은 영혼을 구별하기엔 너무 타락한 우리들, 또 내장된 스카우터가 없어 늘 의심투성이인 우리는 어쩌면 좋을까? 신과 동급인 ‘너느님’과 함께 감동하고, ‘너느님’의 승리가 곧 우리의 승리라 철떡같이 믿고 살면 괜찮은 걸까? 정말 그래도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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