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1일 금요일

[긴글] 아이튠즈 개념잡기


- 2009년 12월 11일, 애플아이폰 카페에 적어 본 글


1. 먼저 이런 제목의 글을 쓸만큼 저는 오랜 아이팟/아이폰 사용 경력도, IT나 모바일 쪽의 전문지식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평범한 사용자로 아이팟 나노와 이번 아이폰을 쓰며 여러번의 시행착오 끝에 제 나름대로 직관적으로 이해한 몇 가지를 적고자 합니다.

2. 아이팟/폰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이튠즈를 잘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죠. 대체로 처음 애플 제품을 접한 소비자들은 아이튠즈에 적응하지 못해 손을 들고 말거나, 혹은 여러번 황당한 실수를 거듭하고 불만을 터트리곤 하죠.

특히 컴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연령대의 분들, 그렇지 않은 젊은 사람들도 자신있게 자기 컴의 음악폴더의 음악을 긁어 아이튠즈 보관함에 집어넣고는 원래 폴더를 말끔하게 지워버리는 참극을 연출하곤 하죠...

왜 이렇게 어려울까? 아무리 오래 사용하더라도, 어떤 이들은 재생목록은 왜 있는지, 또 어떤 이들은 보관함에 가져온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채, 여러 번 음악과 자신의 수고를 날려버리고 난 후 동기화에 크나큰 두려움을 가지게 된 후 자신만의 소극적인 방법으로 아이튠즈에 적응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보관함 수동관리겠죠.

제 생각에 이런 모든 고통과 시련의 근원은 아이튠즈가 기존의 한국의 제품들(MP3, 각종 휴대매체)이 제공하는 유사한 프로그램들과 근본적으로 그 성격과 매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이를 이해못하니 항상 어렵고, 아이튠즈가 애플의 가장 큰 문제다라는 성급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죠

3. 먼저 아이튠즈라는 이름에 주목해 봅시다. "ITUNES" 'I'는 애플을 상징하고, TUNE이 바로 이 프로그램의 성격을 규정합니다. 튠의 사전적 의미는 "음악, 악기, 전파 등을 적합한 용도로 맞추거나 조정하는 것"이죠. 바로 그것이 아이튠즈가 하는 일이자, 가장 기본적인 존재 이유입니다. (*물론 아이튠즈는 스토어라는 쇼핑몰과 퀵타임이라는 미디어 플레이어의 부수적 기능들이 결합되어 있죠. 그래서 더욱 복잡하게 보이죠)

따라서 아이튠즈는 자신의 PC/MAC의 다양한 미디어 파일들을 아이팟/폰에 적합하게 설정하는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어설프게 기억하는 김춘수 시인 '꽃' 시에서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맞나요^^;) 즉 아이튠즈는 내 컴에 산재된 수많은 미디어 파일들을 아이팟/폰에 활용될 수 있게 나아가 나의 취향과 습관에 가장 적절하도록(즉 꽃이 되기위해) 이름을 붙여주는 작업을 하는 것이죠.

이는 기존의 한국의 유사한 대응 프로그램들과 비교할 때 성격, 특히 그것이 구현되는 방식에서 크게 대조됩니다. 한국의 그것들 역시 물론 플레이어에 맞도록 파일들을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아이튠즈와는 작동방식이 다르죠. 그것은 한마디로 드라이브(예컨대 USB)의 메커니즘을 갖는다 말할 수 있습니다. 부연하면, 한국의 아이튠즈의 기능적 유사물들은 플레이어에 사용하기 위해, 컴에 산재한 것(파일)들을 자신의 특정의 실체적 공간으로 집결 시킬 것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산재한 파일들은 그곳으로 일단 집결해, 나름의 정리작업을 거친 후, 다시 플레이어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그것은 물리적으로 컴-플레이어에 의해 지정된 어떤 공간(폴더)-플레이어의 3원적 구조를 갖죠. 한국의 프로그램들은 주어진 임무를 매개하는 실체적(눈으로 볼 수 있단 의미에서, 폴더에서 폴더로 움직이니깐) 공간을 통해 달성하게 됩니다. 

이와 달리, 아이튠즈는 그런 실체적 공간을 갖지 않습니다. 즉 아이튠즈는 실체적 측면에서 볼 때 컴 - 플레이어라는 이원적구조를 가집니다 (* 여기서 아이튠즈의 보관함이란 용어는 마치 한국의 프로그램들과 같은 실체적 공간이 있다고 착각하게 만듦으로서 한국 사용자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 말할 수 있습니다)

달리말해 아이튠즈는 다양한 미디어 자료들을 어느 한 곳으로 집결시킬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플레이어에 이용가능하고, 사용자의 취향에 적절하게 조정하는 역할을 어떤 방식으로 수행할까요? 그 핵심은 바로 파일들을 원 소재지에 그대로 둔 채 특정의 표식만을 남긴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원 소재지에 그대로 둔다는 것" 즉 불러 모으지 않는다는 것이죠. 다만 그들 가운데 누가 플레이어에 들어 갈 것이지 그리고 들어가서 어떻게 배치될 것인지를 플레이어가 인지 할 수 있게 표시할 뿐이죠. 이렇게 표식을 남기는 것이 바로 아이튠즈가 하는 일이죠.

문제는 파일들을 물리적으로 이동시키지도 않고 사용자들이 복잡한 소스코드들을 직접 입력하는 작업을 하지도 않기에, 무언가 눈으로 보여지는 "가상의 작업"이 필요하다는데 있습니다. 그것이 제 생각엔 잘못 이름 붙여진 아이튠즈의 "보관함" 화면을 통해 우리가 목격하는 것이죠.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착시가 일어나죠.

왜냐하면, 보관함에 담겨 있는 폴더/파일들 그리고 플레이리스트에 실려진 폴더/파일은 아이튠즈에 실재하는 어떤 공간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해당 폴더/파일들에게 자신들이 아이팟/폰으로 들어갈 대상이라는 것, 그리고 그속에서 무엇을 할지를 표시한 '가상의' 작업을 보여주는데 불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는 노래 한곡, 앨범 하나를 담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엄청난 양의 파일들을 담게 되고 그 속에서 어떤 질서 내지 정리가 필요하죠. 그것이 아이튠즈 보관함에서 진행되는 작업이죠. 좀 더 구체적으로 구분하면 파일과 폴더를 가져오고 이들에 대해 적절한 태그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정리작업에 해당한다면, 플레어리스트들은 기본적인 작업을 거친 미디어 자료에 대해 특별한 임무를 부여하는 것, 즉 사용자의 음악 듣는 취향과 습관에 가장 편리하게 구성하는 추가적 작업이 되는 것이죠.

하기에 기본적 태그 작업을 잘 하면 앨범별로 노래를 쉽게 찾고 들을 수 있다면, 플레이리스트를 잘 활용하면, 여러 앨범과 노래가운데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한번 더 묶어 줄 수 있는 거죠. 만약 클래식을 자주 듣는다면, 플레이리스트를 적절히 활용해 베토벤이냐 모차르트냐의 작곡가 별로, 혹은 번스타인이냐 카라얀이냐 지휘자 별로, 혹은 피아노 협주곡이냐 교향곡이냐의 장르 별로 마음대로 들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한 가지 비유를 들어 보면 이해가 쉬울 듯 하네요

가상의 국방부가 해외 파병을 위해 전국에 산재된 부대 내지 병사들을 파병지로 향할 수송선에 싣는 작업과 비교해 보죠. 여기서 부대 내지 병사는 미디어 파일 혹은 폴더이고, 수송선은 플레이어 즉 아이팟/폰에 해당되겠죠. 국방부는 누구 혹은 어느 부대를 파병지로 보낼지를 결정해야 되고, 또 그들에게 각기 다른 임무 역시 부여해야 하죠 

여기서 먼저 아이튠즈와 한국 프로그램들과 차이가 드러나죠. 아이튠즈 국방부는 개별 병사와 부대에 파견사실과 특정의 임무를 통지할 뿐이라면, 한국의 국방부는 그들을 일단 집결지(306 보충대 등)에 모아두고 이런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죠 (역시 미국 군대가 좀 더 자유롭죠^^).

계속해서 이 비유를 연장하면 보관함에 파일/폴더 가져오기는 누가 파병 대상인지를 통보하는 작업이 되고, 각종 앨범/태그 작업들 그들에게 군번과 소속 부대를 지정해 주는 것이죠. 즉 원래 편성에서 파병을 위한 부대로 재편성 하는 것이죠. 그리고 플레이리스트들은 여러 병사 부대에게 특별한 임무를 부여해 주는 것이죠. 여러 부대 특등 사수를 뽑아서 스나이퍼 소대를 만드는 것에 비견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이해에 바탕해 아이튠즈를 가장 잘 사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 전쟁에 내보낼 병력 자원들의 신상과 소재 파악
- 이를 위해 미디어 파일들에 대해 태그 정리를 잘 특정한 곳에 알기 쉽게(폴더 형태로) 모아 놓으면 됨 .
  (반드시 내음악-아이튠즈-미디어일 필요 없어)  
(2) 전쟁의 필요에 맞게 자유자재로 파병 부대 소집과 편성
-  소집은 파일/폴더 보관함으로 가져오기이며, 편성은 앨범 및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3) 전쟁수행 위해 출병
- 동기화
 (4) 전쟁 임무수행
- 음악듣기
 (5) 전쟁 이후 불필요한 대상(개인/부대)소집해제
- 보관함에서 파일 삭제

4. 마치며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 가지고 쓰다보니 길어지고 뭔가 중요한 내용이라도 있는 것 처럼 되어버렸네요. 요컨대 저의 글의 핵심은 "물리적 장소로 이동 없이"(이것이 한국의 프로그램들과 차이) 특정 파일들에 소속과 임무 부여하는 것 이라는 성격을 이해하면 아이튠즈 사용은 어렵기는 커녕 정말 편리하고 심지어 놀라운 프로그램이란 것 입니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한국 프로그램들에 익숙해져,  음악을 옮기기 위해 한국적 메커니즘 (윈도우적 인 것이겠죠) 즉 어떤 물리적 공간(폴더 혹은 드라이버)들 간의 이동과 그에 적합한 행동 원칙들을 행하는 것이죠. 파일과 폴더를 보관함에 넣고나서 컴의 용량을 생각해 삭제, 그리고 자신있게 동기화, 실패 경험 후 수동관리가 진리로 믿게 되는 일련의 행동들. 이러니 아이튠즈가 이상하기만한 프로그램이 되는 거죠. 또한 아이튠즈에는 제가 설명한 튠즈의 기본 기능에다가 더해, 스토어(음악 쇼핑몰 * 구매 내지 다운로드시 별도의 물리적 공간 필요로 해) 와 미디어플레이어(상단) 까지 결합되어 있으니 복잡함과 어려움은 가중되죠. 그러나 사실 이런 모든 것들이 한 프로그램에 결합되었다는 점을 고려할때 아이튠즈는 우리 생각과 달리 훨씬 괜찮은 프로그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