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31일 화요일

[짧은글] 펜싱오심 논란과 네티즌 원정대

옳지않다.

아무리 그것이 온라인 공간에 한정된 것이라 할지라도, 떼지어 몰려다니며 개인을 공격하는 행위는, 원래 그녀의 잘못과 무관하게 폭력이다.

그녀가 잘못이 있다면 그 처벌은 정해진 절차와 기준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이번 펜싱 판정이 주장처럼 명백한 오심이라면, 그녀는 유형, 무형의 그리고 공식적, 비공식적 처벌을 올림픽 위원회나 협회, 그리고 심판 공동체와 팬을 포함한 펜싱계로부터 받게 될 것이다.

우리가 당연시하고, 옳다고 믿는 '법 앞에 평등', '죄형 법정주의', '무죄추정의 원칙', '자기변호의 권리'는 특별한 종류의 범인이나 사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또 그것은 공적 사법시스템 안에서만 준수되어야 하는 규범인 것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들과 이웃한 평범한 사람들이 종종 저지르는 대단치 않은 잘못과 이에 대한 대응에서도 지켜져야 할 원칙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앞서 열거한 원칙들은 한 사회가 자유적이고 민주적이기 위해, 그 구성원의 잘못과 비행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 낸 합의이자 도덕적 규범이다. 그 핵심 요지는 한 개인의 잘못에 대해 자의적이고 사적인 징벌은, 애초의 잘못만큼, 어떠면 그 보다더 나쁘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펜싱오심으로 촉발 된 한국 네티즌들의 원정 온라인 공격은 최근 한국 인터넷 공간에서 자주 목격되는 XX녀 사건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나는 한국의 온오프라인 공론장을 휨쓰는 XX녀 현상이 한국사회와 그 대중들이 나빠진 것의 산물로 이해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나빠지게 된 걸까? 비록 가장 중심적이며 또 결정적 요인은 아닐지라도,  위와 같은 현상을 초래 한 한 요인을 특정해 보고자 하는데, 그것은 한국사회의 엘리트들의 질적, 도덕적 타락이다.

올림픽 이야기로 시작되었으니 올림픽 사례를 들어보자. 이번 올림픽을 지켜보며 발견한 가장 인상적인 사실은 경기중계가 형편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파업과 사측의 단시야적 대응으로 비롯된 MBC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그래픽이나 영상 등 기술적 측면에서 그것은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하겠다. 그러나 정작 경기를 설명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캐스터와 해설은 두드러지게 나빠졌다. 경기중계 혹은 경기해설이란 것이 필요한 이유는 비-전문가인 시청자들이 화면만으로 잘 보지 못하는, 그러나 경기를 더 잘 이해하고 즐기기 위해 필요한 배경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데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 중계는 방송사마다 또 경기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말해 시청자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시청자도 지켜보고 있는 화면의 묘사에 그쳤다. 심지어 상대 선수의 이름  같은 기본적 정보도, 심지어 경기의 기본 룰조차 숙지하지 못하는 해설이 있었다. 아마도 이는 방송영업환경의 변화와 이에 따른 인력운영 재편, 결과로서 비전문적이며 최소한의 준비조차 되지 않는 캐스터들의 증가와 셀리버리티(인기인) 해설자 유행현상과 관련된 것 같다.

아무튼 시청자 보다 뛰어나지 않는 캐스터와 해설자들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과도한 편파성이거나 감정적 오버이다. 필요 이상으로 소리만 지르고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 편파적 정보로 시청자를 자극하고 흥분시킨다. 무조건 상대선수를 비난하고 심판과 판정을 문제삼는다. 이런 중계들을 여러편 보고 나면, 마치 전 유럽이, 그들의 협회, 심판, 선수, 관객이 하나가 되어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게끔 공모라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할일이 없지 않다. 또 그렇게 할만큼 한국이 그들에게 위협인 것도 아니다. 그냥 또 하나의 허황된 음모론인거다.

문제는 그들이 아닌 우리다. 우리가 문제인 거다. 우리를 오도한 형편 없이 나빠지고 또 타락한 한국의 엘리트/전문가들이 문제인 거다

2012년 7월 18일 수요일

[짧은글] 좋은의도가 모여 나쁜결과를 만들때

2012년 MBC 파업은 하나의 조직으로서 MBC의 운명을 결정지은 트라우마틱한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미 그 파장(ramification)이 너무나 커, 지금 운위되고 있는 김재철 사장의 진퇴 여부와 시점이나 후임자가 누가 될 것인지는 아주 사소해 보인다.

길고 긴 파업 과정이 조직 전반과 그 구성원들(조합원 비조합원 모두)에 남긴 부정적 상처는 너무나 크고 깊어, 아마 전쟁이 한 사회와 그 구성원에 남긴는 결과와 비견될 수 있지 않을까? 신문의 이념적 지향을 떠나서, 꽤 괜찮은 신문이었던 동아일보가 대량 해직사태를 경험한 후, 조직적으로 완전히 망가져 버리고, 결국 이류신문으로 전락해버렸다는 평가를 들은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