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6일 금요일

안철수의 대안적 경로

정치메모 (2012년 10월 21일)

1. 18대 대선 - 좋은 선거의 가능성

- 꽤 오랫동안 한국 시민들 䶜년 뭔가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믿음 가져
- 이는 학계와 언론 일각에서 제기했던 녝년 체제론’의 영향. 그것은 2012년 두 선거가 한국 유권자의 기존 정치적 정렬을 완전히 바꾸는 선거가 될 것을 전제하는 것
- 그러나 총선, 대선이 같은 해 있다는 사실 빼곤, 그런 믿음과 예측에 합리적 근거는 없음. 지난 총선 결과는 별일이 없다면 다가올 대선도 보통의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
- 중대선거 또는 승패를 떠나 유권자를 위해 ‘좋은’선거 치르는 것 정치하는 사람들의 책무
- 좋은 선거란 한국사회와 시민들의 삶과 관련해 ‘큰’문제가 주요 후보들 간 중요하게 다뤄지는, 그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선거라 말할 수 있을 것 (※ BBK공방으로 일관한 17대 대선은 민주화이후 가장 나쁜 선거)

□ 좋은선거, 어떻게?

- 선거에서 다뤄질 문제를 제시하여, 상반된 압력과 유혹에도, 그것을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야 말로 좋은 리더의 덕목이자 책무
- 그것은 좀처럼 아래(국민)로부터 나오는 것 아니야. 대의민주주의에서 유권자들은 중요한 문제에 대한 경쟁하는 후보들의 깊이 있는 고민들을 놓고 선택할 수 있을 때, 진정으로 중요해져
- 게다가 문제가 선거에서 어떻게 다뤄지는가는 “누가 말하느냐”(메신저)에 크게 영향 받음 (일례로, 누구나 교육을 말하지만, 교육대통령이 되진 않음, 최근 기성정당 후보들의 ‘복지’, ‘경제민주화’이슈에 대해 유권자들 시큰둥 함, 메신저의 문제)
- 안철수라는 메신저 대한 관심과 신뢰는 충분히 확인 됐음. 문제는 무엇을 실어 보낼 것이냐?  
- 이번 대선이 좋은 선거, 좋은 변화를 시작하는 선거가 될지, 지난 대선의 재판이 될지는 거의 여기에 달려 있음. 메모의 작성 이유기도 함

2. 안철수 현상 - 보편과 특수

□ 보편- 제3(당)후보현상

- 완전히 특별하고, 전혀 새로운 무언가로 보고 싶은 참여자들의 욕구와 달리, 안철수 현상은 민주국가들에서 종종 나타나는 정치현상
- 학계에서 ‘제3(당)후보’현상으로 불리는 그것은, 기성정치와 리더들에 대한 시민대중의 누적된 반감과 불만이 제도정치 밖의 비-전형적 성공의 경험을 가진 엘리트를 문제해결자로 불러들이는 현상
- 가장 인상적인 사실은 그 등장이 아니라, 숙명과도 같은 단명성 
- 이는 제3후보에 내재한 딜레마적 어려움 때문 ①체제수준의 위기가 제3후보를 불러오지만, 정치신인이 그 정도 위기를 다루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움, ②제3후보 지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반-정치적 유권자를 실제 정치행동으로 바꾸는 데 어려움, ③반-(기성)정당 정향을 보이지만, 자기 표를 낭비하고 싶어 하진 않는 유권자를 설득하는 어려움 
-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그래서 제3후보를 “벌과 같다. 쏘면 죽는다”고 말한 이유 
- 대개 공식적 정치입문(출마선언)을 기점으로 예외 없이 급속한 지지하락을 경험함

□ 특수성 - 한국유권자들의 전략적 고수

- 그러나 이번 ‘안철수 현상’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음
- 그것은 한국 유권자들의 현재 한국 정당정치에 대한 불만과 반대의 산물, 굉장히 구체적이고 전략적이며 파당적인 집합행위 (느슨하고 막연하고 변덕스러운 반정치를 넘어서)
- 그것은 보수 여당의 정치적 견고함과 지리멸렬할 정도로 무력한 야당이 함께 만들어 낸, 외형적 ‘박근혜 대세론’(전통적 지지층의 안정적 지지에 의존한 선두)에 대한 반대가 불러온 것
- 언제부터인가 18대 대선은, 별일 없으면 현실이 되고 마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찬반으로 전개. 이를 원치 않는 광범한 유권자들 “누가 박근혜를 꺽을 수 있나”를 집요하게 탐색
- 그 억지스럽고 집요한 노력의 결과가 안철수 티켓
- 제3후보의 일반적 사례와 달리, 출마선언 전후 안철수가 여전한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 왜냐면, 민주당 후보의 선전이 여전히 미심쩍은 상태에서 안철수 티켓을 내려놓은 순간, 박근혜 대통령은 기정사실화 되기 때문

출마선언 한 달 후 현재,‘숙명적 단명’과 ‘전략적 고수’라는 두 상반된 압력이 균형
⇒ 일반적으로 제3후보는 기존 정당과 리더들에 자극을 줘, 정치체제를 좀 더 건강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기여, 실제 승리/집권의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 그러나 안철수 현상의 특수성은 승리/집권으로 향하는 아주 가느다란 외줄 같은 경로가 존재할 수 있음을 말해줘
⇒ 그 외줄타기는 좋은 ‘정치적 설명’과 대담하고 기예에 가까운 ‘정치적 기동’을 요구해
  
3. 문제는 늘 정치 

□ 출마선언 이후 일반적 평가 

(1) 흥신소식 후보 검증공세에 대한 발 빠른 대응 
- 과도한 사법화 욕구 자제해야 
(2) 속도감 있는 그러나 무난한 후보행보
- 지나치게 기성 정당 후보들 행보를 답습하는 인상 (지역이 아닌 계층/이슈 중심 행보)
(3) 빠른 조직화와 세력화에 성과
- 민주당 기층조직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아야, 아군일 수 있음
(4) 기성 정당에 별로 뒤지지 않는 결과물(메시지, 기획, 프로그램, 온라인/SNS ) 
- 모양새는 좋은데, 내용은 약하다는 것이 SNS 여론

⇒ 출마선언 후 겪을 수 있었던, 급속한 하락을 막았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 그러나 무난한 캠페인 거대정당 후보들의 것이지, 제3후보의 접근이 될 수 없음. 무난하면 사라져

□ 가장 중요한 ‘정치적 설명’에 실패하고 있음
- 제3후보의 사활은 그 존재와 의미에 대한 ‘정치적 설명’에 달려 있음
- 인물요인, 차별적 정책 또는 비전만으론 왜 기존 정당 후보가 아니라 자신이어야 하는지 설명하지 못함. 정책과 비전은 기존 정당 후보들이 캠페인 도중에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음. 또 후보의 매력 하나만으로 표를 던질 만큼 한국 유권자들 순진하지 않음  
- 출마선언 이후 줄곧 ‘정치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볼 때, 캠프 역시 이를 잘 인지하고 있음. 그러나 썩 잘해내진 못하고 있음.


<표> 안철수의 정치적 설명 (아래 그림 참조)

(1) 시대과제는 추상수준이 너무 높고 모호해
- 뭔가를 ‘새롭게 바꾸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를 보여줘야 해
- 변화된 미래를 유권자들이 지각가능한 무언가로 만들어야

(2) 진단된 문제들이 본질에서 멀거나 사소해
- 기존정치가 풀어내지 못하는 ‘병’을 진단할 수 있어야
- 그런데 언급된 것, 분열, 정쟁, 특권, 부패, 권력남용은 대체로 문제이기 보다는 증상(symptom) 

(3) 해법과 처방은 대증요법이거나 마음가짐의 문제로 돌려져
- 언급된 증상과 처방은 (부패/특권)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수많은 제도개혁과 인적교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것, 뭔가 근본적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
- 문제들이 오래된 것 인만큼 단순히 마음가짐과 의지의 문제로 해결되지 않는 것
- 지나친 사법적 조치 의존 역시 문제.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의 실종을 조장. 그래서 오히려 ‘답을 주지 못하는 정치’에 기여 
  
(4) 간혹 병보다 더 나쁜 처방이 발견됨
- 대표적인 것이 공천권 문제 (기초의원 무공천)
- 한국 정당의 공천권 문제의 핵심은 공천권 ‘독점’이 아님. 그보다는 기존 공직담임자와 후보자들을 지도하고 규율할, 공정하고 예측가능한 규칙 자체가 없는 것이 문제 
- 그래서 매 선거 때마다 졸속적, 자의적으로 제도와 규칙을 바꾸게 되고, 그 결과는 공정 하지도, 나쁜 후보를 걸러내지도 못하며, 경쟁력 있는 후보를 만들지도 못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누구도 바라지 않는 지금과 같은 제도  
- 정당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 기능 하나가 바로, 공직후보자 추천. 이는 유권자가 정당에 위임함으로써 정당의 존재를 가능케 한 권한. 이를 돌려준다는 것은 일종의 역할 방기
- 한 정당의 공천과저에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과, 공천권을 넘기는 것 다른 문제
- ‘기초의원 무공천’은 좋은 사례. 결코 국민에게 권리를 돌려주는 방편이 아님
- 왜냐하면 정당이 내려놓는다고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 공직 역시 희소성을 가진 경쟁적 상품. 이런 시장에서 정당이란 공적조직이 퇴장하면,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돈과 여론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지역토호와 유지들의 사적모임

□ 수세적 정치적 기동의 문제 

(1) 목표를 분명히 해야
- 캠프의 목표가 기성 정치에 대한 충격과 자극이라면 이대로 가도 좋음. 사실 뭘 해도 좋음
- 그렇지 않다면, 줄타기를 하겠다면, 지금과 같은 무난하고 수세적 기동으론 곤란

(2) 바늘구멍과 같은 기회의 창
- 다시 말하지만 일반적으론, 제3후보의 승리/집권은 거의 불가능
- 그러나 안철수 현상엔 앞서 말한 비정상성 존재. 바늘구멍과 같은 기회의 창이 열려 있다는 것
- 그것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높은 거부감과 야당의 내용적 몰락이 만들어 낸 것

(3) 우리가 아는 민주당은 없다
- 정당정치/정당후보론/무소속불가론을 말할 때 상정되는 정당과 지금 민주당은 크게 달라
- 정당정치가 의미를 가지기 위해선, 그 정당의 이름만 보고 표를 던지는 고정 유권자 그룹, 방대하게 퍼진 해당 정당의 지역-직능 하부조직과 활동가들과 연줄들, 정당 안팎의 정책, 전략 생산인력과 동원가능한 자원의 존재를 의미, 이 모든 거 민주당 갖지 못함
- 현재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를 지나오며, 당이 그나마 가졌던 기존의 사회적/계층적 고리에서 거의 단절, 소수의 직접적 정치 이해관계자들만의 조직으로 전락한지 오래
- 그들마저도 ‘친노’로 요약되는 현 지도연합과 그 후보에 완전히 협조하지 않음
- 그런 점에서 현재 민주당은 껍데기, 문재인 캠프나 안철수 캠프나 내용적으로 큰 차이 없음
- 현재 민주당을 이끈 지도연합은 한국 정당사에서 가장 반-정당적인 그룹, 끊임없이 정당을 만들고 부수는 행태를 통해, 오늘의 한국 민주당의 탈-제도화와 몰락의 원인제공자들. 추궁해야

(4) 반-정당은 답이 아니다
- 문 캠프의 ‘정당정치’공세에 대한 가장 나쁜 대응은 반-정당의 길
- 반-정당/무소속후보론은 안철수를 불러낸 전략적, 정치적 요구에 반하는 것. 그들은 반-정당을 안 캠프의 이상주의/현실감 결여의 증거로 여기고 이동할 가능성 높음


4. 무엇을 할 수 있나?  

(1) 대안적 정치적 설명 (그림참조)

(2) 대안적 정치적 기동 - 민주당 접수론
- 현재 민주당 껍데기, 그렇게 전락한 책임 있는 세력으로부터 민주당을 되찾겠다는 접근 필요
- 한국 유권자들 새로운 정당 창당 피로감 높음, 부정적
- 오히려 적극적으로 민주당을 선거 후 바꿔서 활용하겠다는 자세와 의지 필요
- 그런면에서 지난 ‘민주당 입당 논쟁’은 매우 아쉬워. 왜냐면 문재인 후보가 자신도 들어온지 얼마 안됐다며 입당하라는 제안은 사실상 자충
- ‘정략적’이라며 기분나빠하기 보다는 오히려 이런 대답이 좋았을 것

(3) 메시지 - 예시

“(입당) 제의 감사하게 생각한다. 말이 나왔으니 얘기인데 생각하고 있었다.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민주주의다. 정당 없이 정부운영 하려고 하는 것 아니다. 오히려 이전 대통령과 달리 난, 정당이 정부 운영에서 보다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과 관료들에만 맡겨지는게 아니라 말이다. 굳이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정당을 새로 만들 필요는 없다. 민주당은 좋은 틀이다. 그런데 다들 아는 것처럼 현재 굉장히 망가졌다. 누가 그랬는지 묻지 않겠다. 입당하겠다. 그래서 민주당을 고쳐놓겠다. 그러나 지금 이런 식으로는 정치 도의에도 일정에도 어긋난 거 아닌가? 후보경선도 치렀지 않은가? 입당하겠다. 단 그 시점은 대통령에 당선되어, 새 정치를 바라는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입당하겠다. 민주당을 다시 능력 있고 강한 정당으로 만들겠다. 안철수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 정부가 되도록 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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