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한 분이 페이스북에 올린 노트 를 보고 생각하다
- 그는 위 노트의 문제의식에 더해 '정상국가'를 새로운 슬로건으로 제안했다.
1) 먼저 거친 첫인상을 말하자면, 문제라고 지적한 바로 그 문제에 똑같이 갇혀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인상을 받음. 즉 노트는 주되게 현재 진보/민주파에서 다가올 2012년 대회전을 두고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복지', '진보'를 화두로 한 거대담론 혹은 슬로건 경쟁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정상국가'라는 또 다른 '무언가'를 제안하고 있음.
2) '정상국가'라는 슬로건에 담긴 내용에 공감하는 바는 큼. 그러나 이에 대한 기술적, 선거공학적 기준에서 평가는 주요 관심사가 아님. 더 큰 문제는 뭐라 표현되던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민주/진보파의 최상수준에서의 담론경쟁과 그것이 만들어지는 방식에 있음.
3) 이런 이해는 제가 보기에 진보/개혁/민주파(뭐라 부르던간에) 핵심 문제가 멋진 거대담론이나 매력적인 정치슬로건을 갖지 못한데 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 두 번의 민주정부 실패(?)와 이명박 정부를 경험하며 대체로 우리(민주/진보적 성향의 정치행위자 내지 지지자)는 느슨하나마 이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만들었다고 생각함. 그것은 법과 질서의 측면에서 보다 상식적이고 공정한 사회, 경제적으로 더불어 살며 따듯한 사회, 정책우선순위에서 보다 가난한 이들에게 실질적이고 편향적인 방향으로의 분명한 이동, 대북/외교관계에서 평화지향적 해법과 그러나 냉철한 현실주의적 국제관계에 대한 이해에 입각한 균형있는 외교 등이 그것이라 할 수 있음.
4) 이러한 공감대를 어떻게 요약하고 부를 것이냐, 그래서 유권자들에게 팔 것인가 의미없다는 것이 아님. 아니 몹시 중요함. 그러나 이에 접근하는 방식과 시기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음. 그것은 본격적으로 선거국면에서 이뤄지고 이뤄져야할 작업. 여기에 상대당의 전략, 정치적 환경 등이 고려돼 만들어질 수 있을 것.
5) 요지는 지도 가치나 이념(그 표현으로 핵심슬로건)이 만들어지는 방향이 연역적이 아니라 귀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임. 지금처럼 어떤 구체적 정책내용(이를 수립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부문으로부터의 인풋)과 실천 없이, 머리속으로만 그리는 것은 실체가 없는 결국 좋은 말들의 향연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음. 유권자들이 그렇게 받아들임. 즉 연역적 방법에 의한 담론 생산은 결코 생산적이도, 기대한 효과를 만들기도 어려울 것임.
6) 그렇다면 귀납적 방법은 어떤 모습인가? 그것은 결국 대안정부의 그림을 유권자에 보여주는 것. 현재 한국사회가 만나는 주요 문제와 이슈를, 사회 다양한 조직, 이익, 그룹과 대면하는 과정에서 이슈화하고, (예비) 입법화하는 작업이 필요함. 그리고 각 영역/부문별로 이를 담당할 소리더들(정치인들)을 함께 성장시키는 것이 필요함. 이를 통해 유권자들은 대안정부의 내용과 이를 이끌어갈 공동의 지도부를 알게 하는 것.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선택할 때 자신의 삶과 관련된 유의미한 숫자가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함.
7) 민주당내 진보/개혁그룹의 최근 흐름에 회의적이거나 비판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음. 항상 그들은 당권파에 대해 이념적, 도덕적, 제도적으로 규탄만 해. 실제 자신들이 정부든 당이든 권력을 부여받았을 때, 사람들의 삶에 어떤 구체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적이 없음. 만약 사람들이 과거의 경험(열린우리당 정부)에 의존해 판단한다면, 아마 더욱 더 그들의 말에, 아무리 화려하던지, 지지와 신뢰 보내기 어려울 것.
8) 현재의 진보/ 복지담론의 홍수 또는 경쟁은 사실, 중앙정치에서 멀찍히 위치했던 그래서 좋은 자원과 지지를 전혀 갖지 못했던, 한 교육감의 현실에 착안한 문제제기(무상급식)에서 촉발된 것이라 봄. 그 일선 교육감이 그런 정책을 고민하고, 준비해 내놓을 때, 당시 민주파 집권세력예를 들어 당시 교육부 혹은 복지부는 무엇을 했나 반성적으로 돌아봐야 돼. 아마도 지금과 비슷하게 한편으론 거시적 이데올로기 경쟁에 몰두하며, 다른 한편으로 관료집단과 거대사익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책들을 만들어 내었을 것
9) 요컨대, 지금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슬로건을 얼마나 잘 만들어내느냐가 아님. 얼마나 좋던 아니든, 그것은 결국 실천이 없으면 아무 변화도 만들수 없고, 시민을 움직일 수 없음. 왜냐면 시민들은 이미 한번 (아니 여러번) 속았기 때문. 지금 필요한 것은 노동, 고용, 환경, 노인, 중소기업과 상인 등 아주 구체적인 정책영역에서,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레뷰하고, 이와 다른 수많은 정책과 의제를 발굴하고 가다듬는 것. 이를 담당할 리더들을 성장시켜 내는 것. 이를 귀납적 방식이라 부를 수 있을 것.
10) 이런 귀납적 방식이 잘 진행된다면, 선거시기 우리가 이를 무엇으로 요약하고 부를 것인가는 자연히 만들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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