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9일 수요일

[읽고 생각하다] 이북 코스프레

페북 지인 중 한명이 링크한 8.15 행사에 관한 기사를 읽고 쓰다.
내가 기사를 읽고 페북에 남긴 반응과 여기에 대한 링크자의 댓글은 다음과 같다.
우와. 아직도 이런 걸 하고 있다니. 일단 놀랍고 그 생명력에 진심으로 경의를. 그런데 개콘 출품할 것도 아니고, 이런 "이북 코스프레"를 얘들이 왜 하고 있는 거지
이북 코스프레라고 할 것까지야.. 평화통일.. 진보진영의 대단합의 장 정도로 이해하심이 ^^;;
그리고 댓글에 대해 다시 쓰다.


‎^^ 전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애들에게 조금 가혹하게 구는 것 같아서 맘에 걸리지만.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예나 지금이나 이쪽 친구들의 남북문제(통일) 고민이 '주체적'인 게 아니잖아요? 저쪽의 논리와 이해를 그대로 가져와 학습하는 것에 불과하지. 지금 달라졌다면, 저야 당장 반박할 근거는 없지만, 그쪽 어른들(통진당 NL)의 최근 모습과 발언을 보면 별로 그럴것 같지도 않습니다. 

둘째, 대학생들이 공적, 사회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저는 지지합니다. 다만 그 문제영역으로 남북문제(통일)는 적절하지 않다고 봐요. 제가 볼 때 남북문제는 정치적으론 혹시나 발생할 불행한 파국을 막는 현상유지와 관리, 사회경제적으론 관여의 증대 이상의 고민이 나오기 힘들다고 봐요. 이는 현실에서 다소 미흡하나마 DJ의 햇볕정책으로 실제 구현된 것이고, 약간 개선점은 있겠지만, 이를 훌쩍 뛰어넘는 어떤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지 않습니다. 그래서 통일운동 그룹의 남북문제에 대한 예의 감상적, 이상적 접근이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더불어 모든 정치이슈들이 대중의 정치참여가 필요하다고 보진 않습니다. 제가 남북문제를 국제정치/외교의 이슈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것이 가급적 대중보다는 전문가와 엘리트의 손에 맡겨지는 것이 낫다는 것입니다. 

셋째, 개인적으론 민주화이후 한국의 왼쪽 진영이 이렇게까지 망가지고 퇴행을 거듭하는 주요 원인으로, 전 역사구조적 요인으로 통일운동 그룹이 민주화이후 한국의 왼쪽진영을 조직적으로 이념적으로 장악한 것, 그리고 그들의 시대착오성과 부적실성을 빼놓을 수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통일운동을 통한 진보진영의 대단합'은 제게는 넌센스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젊을 땐 뭐든지 다 해보는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북의 사고와 문화를 흉내내는 일은 (제가 코스프레로 표현한)는 정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그 친구들이 영어공부(토익과 같은 시험공부가 아니라 미국의 정론 주간지나 일간지를 읽고 토론하는 식의)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 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며, 남북문제와 미국과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견을 건강하게 받아주실 것이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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