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MBC 파업은 하나의 조직으로서 MBC의 운명을 결정지은 트라우마틱한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미 그 파장(ramification)이 너무나 커, 지금 운위되고 있는 김재철 사장의 진퇴 여부와 시점이나 후임자가 누가 될 것인지는 아주 사소해 보인다.
길고 긴 파업 과정이 조직 전반과 그 구성원들(조합원 비조합원 모두)에 남긴 부정적 상처는 너무나 크고 깊어, 아마 전쟁이 한 사회와 그 구성원에 남긴는 결과와 비견될 수 있지 않을까? 신문의 이념적 지향을 떠나서, 꽤 괜찮은 신문이었던 동아일보가 대량 해직사태를 경험한 후, 조직적으로 완전히 망가져 버리고, 결국 이류신문으로 전락해버렸다는 평가를 들은적이 있다.
MBC도 이번 파업사태를 계기로 동아일보의 전철을 밟을는지 모른다. 그리고 현재 MBC의 자리는 방송광고 시장이 허용하다면 얼마전 만들어진 종편 중의 하나가 채울 것이다(참 지독한 역설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치닫게 된 것은 말해지듯이 MB정부와 김재철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사태의 복합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며, 또 그들의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그들 못지않게 사태를 이렇게 이끈 주역은 MBC 노조, 그리고 그들을 현 정부에 맞선 대정부 투쟁의 최선봉에 내몬 "MB독재타도투쟁위원회" (뭐 이렇게 부를수 있다면 말이다)이며, 그들의 전술적, 전략적 오류이다.
다시 말해, MBC 노조와 그들의 배후조종 세력은, 굉장히 협소하고 근시안적으로 정의된 정파적 이해관계 투쟁에, 또 적나라하고 무자비한 권력 투쟁의 참호전에 조합원들을 그것도 거의 무방비 상태로 밀어 넣은 거다. 그리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나의 거대조직으로서 MBC의 망가짐을 지켜보는 것은, 개인적으로 그 방송의 질과 공적기여를 평가하지 않는 나로서는 크게 애석한 일이 아니다. 다만 대의에 복무한다는 미명으로, 선한 의도를 가진 좋은 사람들이, 대체 뭔일이 일어났는지도 알지 못한채, 치유불가능한 수준의 내상을 집합적으로 경험한 일은 그들 개인들에게도, 우리 사회에게도 굉장히 나쁜 것일 테다. 또 두고두고 나쁜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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