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대통령의 독도방문을 즉흥적 결정의 소산으로 본다. 한번 언급하였듯이, 한국 대통령의 임기말 독도사랑은 그 자체로 특별할 것은 없다. 할 수 있는 것도, 갈 수 있는 곳도 크게 제한되는, 천덕꾸러기 레임덕 대통령에게 독도는 큰 반대 없이 뭔가 해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문제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할지라도, 과장된 수사난 비정치적 반일 제스쳐가 아닌 대통령의 물리적 방문으로 표현된 사랑은 평범한 일은 아니다. 쉬운 결정도 아니다.
많은 정황이 이번 방문의 즉흥성을 말한다. 주무부처인 외교부가 배제되고 청와대 홀로 준비했다 한다. 또 불과 얼마전까지 군사정보협정을 추진해온 그간의 맥락에서도 완전히 벗어나있다. 마치 이번 방문이 오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처럼 “위안부/일왕 발언”을 내놓으며 위세를 떨어보지만, 일본의 거듭된 반발과 조치들에 “(독도방문을) 없었던 것으로 해주세요”라는 속내를 보이며 전전긍긍하는 것도 그렇다.
그러나 이번 독도방문이 즉흥적인 핵심적 이유는 그것은 기본적으로 MB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출신성분은 좋지 않지만 MB는 자수성가를 통해, 친일-군부군위주의-재벌의 복합적 관계망으로 구성된 한국 기득 지배엘리트 그룹에 진인한 핵심 구성원이며, 그들과 매우 동질적인 세계관과 멘털리티를 갖는다. 대일문제에 있어 그들의 이해는 뉴라이트의 ‘식민지 근대화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그들에게 과거사와 식민지배의 유산은 늘 경제 영역에서 한일간 협력의 획기적 증진(그래서 자신들의 이익에 복무하는)을 가로막는 거추장스런 걸림돌 이상 이하도 아니다. 취임 이후 MB의 일관된 대일 메시지도 그러했다. (참고)
그러면 어떻게 이런 MB와 어울리지 않는 즉흥적 결정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다음의 기사를 보니 굉장히 그럴듯한 하나의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아. 원래 런던을 가려했구나. 청와대 참모 중 하나가 런던 방문 의견을 냈던거다. 어쩌면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이툰 방문’ 같은 것을 의도했는지 모른다. 대통령도 무척 좋아했고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그런데 준비과정에서 반대의 목소리들이 제기되었다. “국민들 시선이 곱지 않을 겁니다”. “경제위기에 녹조에 대통령은 세금낭비성 외유나 한다고 정치권에서는 뭐라고 할 것입니다”, “축구 경기에 갔다 결과과 좋지 않으면 대통령 때문에 졌다고 욕할 껍니다”. 꽤 합리적인 비판이었기에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대통령님 안되겠습니다.
런던 가느라 들떠있는 MB는 급우울해졌을 것이다. 그런 주군을 보고 속상한 참모는, 런던 ‘방문’의 대안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을 것이다. 그때 였을것이다. 8.15 연설문을 준비하던 한 비서가 그 참모에게 다가와 “독도는 어쩔까요”라 물었다. 그것이 온통 런던의 대체지를 찾던 참모에게는 “독도 가면 어때요”로 들렸다.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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