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rom tistory, 작성일 2010.1.4-
1) 프랭크 리치의 Tiger Woods, Person of the Year를 읽고 쓰다. 강성종 교수가 대자보에 번역 소개하기도 했다. 참고로 Frank Rich는 뉴욕타임즈 Op-Ed (Opinion Editorial) 칼럼니스트이다. 뉴욕타임즈의 소개에 따르면, 그는 다른 이들과 달리 주말 메거진 판 비평에 매주 1,500자 분량의 장문의 에세이를 쓴다. 그는 필진과 함께 뉴욕 타임즈 매거진의 시니어 에디터를 겸직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즈에서는 첫번째 있는 일이다. 그 이전 그는 1980년 부터 타임즈의 수석 드라마 비평가였다.
2) 참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글이다. 글은 왜 뉴욕타임즈가 타이거 우즈를 올해의 인물로 내세웠나를 설명하는데서 시작한다. 다른 잡지들의 여타 후보군들, 예컨대 버냉키,과 달리 타이거우즈를 꼽은 이유는 그가 지난 1년, 특히 지난 10년의 미국 정치, 사회, 경제의 중요한 특징을 요약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리치는 올해 그리고 지난 십년을 관통하는 명제가 있다면 그것은 대부분의 미국 시민들이 너무나 잘 속아 넘어갔다는 점이다. 미국시민들을 바보로 만드는 데는 Citigroup, Fannie Mae 같은 거대기업, 백안관, 그리고 Ted Haggard 대형교회 등도 빠지지 않는다. 따라서 그가 보기에 지난 십년의 가장 전환적인 순간(defining moment)는 9/11 테러가 아니라 Enron 스캔들이다.
이런 일종의 "대국민 사기극"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타이거 우즈에서 보듯 급작스레 붕괴되기 직전까지 아무도 그들의 신격화된 무결점의 이미지의 뒷편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앞서의 엔론 역시 그 급격한 붕괴 직전 까지, 거대 금융권, 언론, 수많은 투자자들로 부터 누구나 추수해야 할 비즈니스의 성공의 모범처럼 여겨지고 숭배되었다.
리치는 타이거 우즈 스캔들의 진정 놀라운 점은 그가 추문에 휩싸인 연예인이었다는 점도, 지난 십년 찬양되어 온 '역할모델'이 붕괴 된 점이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 그것은 인종에 관한 문제도 위선에 관한 문제도 아니라고 본다.
그가 볼때, 진정 놀랍고 예외적이라 할 만한 것은, 바로 엔론 스캔들에서처럼, '기업가적 자기규율과 집중의 모범'처럼 대중에 비쳐진 완벽한 이미지와, 무절제와 방종의 실제 삶 사이의 엄청난 간극(Enron-sized gap)이다. 또한 이와 동시에 놀라운 것은 바로 미국 기성질서(establishment)와 뉴스 미디어가 일반 팬들 만큼이나 이런 간극의 지탱과 확장을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점이다.
리치가 볼 때, 문제는 이와 같은 타이거 우즈의 신화의 붕괴는 단순히 그의 가족, 가까운 친구, 혹은 골프 산업에 상처를 주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아주 해악적인 신드롬의 한 전형적 사건이 되는데, 그것은 바로 미국 시민들이 미국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의 리더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속임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알 카에다 연계되어 있다는 거짓 정보에 기초해 내려진 이라크 침공 결정이다. 지난 십년간 정치영역에서도 이런 사기극 내지 거짓은 당을 초월해 만연되어 있다.
리치는 타이거 우즈야 아마 또 다른 유명인사가 비슷한 수준의 스캔들이 자신에 대한 기억을 밀어 낼때 쯤이며 링크에 복귀하겠지만, 지난 십년의 두 가지 재앙적 사태 즉 값비싸고 무의미한 전쟁과 파괴적인 금융 붕괴는 바로 미국의 리더들이 너무나 편하게 시민들을 바보로 만든 것의 산물이라는 점을 시민들이 잊어버리지 말것을 주문한다.
마지막으로, 리치가 봤을 때, 이런 신드롬은 최근 오바마가 처한 정치적 곤경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최근 거의 모든 것에 의견일치를 보이지 않는 미국의 좌파와 우파가 "오바마의 뛰어난 선거 캠패인이 타이거 우즈의 이미지 만큼이나 알맹이가 없는 것이며, 그것은 그의 반-미국적 급진주의(우파에게)나 무기력과 용기부족(좌파에게)을 위장하기 위한 판촉전략일 뿐이라는 의심에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문제는 두 주장 모두 진실이 아닐런지 몰라도, 지난 10년간 미국 시민들이 바보처럼 속아온 것을 생각할 때, 그 어떤 것을 제시하는 그 어떤 리더에 대해서도 냉소적이기만 한 시민들을 비난 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끝으로 리치는 타이거 우즈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이 순간, 미국은 명확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 벙커에 빠져 있음을 애도한다.
3) 한국도 비슷하지 않을까.... 최근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아마 황우석 사건이겠지. 거의 신격화된 완벽한 이미지와 실제 모습과의 머나먼 간극이며, 주류 언론, 청와대, 학계가 황우석 신화를 만드는데, 즉 간극을 지탱하고 넓히는데 일조했다는 점하며... 또, 삼성 x-file 사건도 여기에 해당 될 것이다. 세계일류를 표방하고, 한국 최고의 ceo로 숭상되는 이들이 고급 식당에 앉아서 나누는 얘기와 행동이 소위 깡패들과 하등 다를바 없다는 사실.
문제는 그나마 미국에서는 엔론처럼 일단 발각되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사법부에 의해 엄청난 형벌이 부여된다는 점이다. 또한 연예인과 스프츠 스타야 예외이겠지만, 그런 사기극을 주도한 이가 기업인, 학자,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이라면, 사실상 다시는 원래 위치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며, 해당 사회에서 영원히 퇴출된다는 점이다. 그나마 현재의 미국사회의 파워와 건강함을 유지시키는 힘이 아닐까?
그러나, 한국에선 그들은 돌아온다. 황우석처럼. 아니 황우석보다 더욱 더 돈과 권력이 강하다면 (삼성처럼) 그들은 아예 그 지경으로 전락하지 조차 않는다. 드러난 간극은 그 동안 그런 사태를 대비해 공을 들여온 사회 전분야의 리더들의 눈물겨운 노력에 의해 금방 흐려지거나, 오히려 x-file 사태처럼 본말이 전도되어 버린다.
리치는 타이거 우즈를 보내면, 미국의 십년을 미국의 리더에 의한 미국 시민들에 대한 사기극으로 규정하며, 더 이상 누구도 믿을수 없게된 미국 시민들과 불신의 악순환이란 출로 없는 벙커에 빠진 미국사회를 애도한다.
그럼 한국사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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