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16일 토요일

[짧은글] 로이스터를 추억하며

어제 밤 트위터를 떠돈 어느 골수 롯데팬의 글 을 읽고 생각에 잠겼다.

난 사실 오랬동안 야구에서 멀어져 있었다. 아마도 그 시점은 고교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갈 듯 하다. 최근 난 야구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고 공교롭게도 롯데였다. 굳이 말하자면 지역연고가 그쪽이긴 하지만, 내가 롯데를 좋아해야할 필연성은 전혀 없다. 이는 거의 전적으로 롯데를 이끈 제리 로이스터 때문이었다.

뭐랄까? 그가 팀을 이끄는 리더십과 선수들에 대한 코치 스타일에서 내가 그동안 알던 롯데라는 팀의 변화를, 그리고 다른 구단들과의 차이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리더십 또는 코치잉은 한국사회에서 지배적인 그래서 우월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과 분명히 달랐다. 그 다름에서 나는 과장해서 말하자면, 어떤 체제 전복성을 보았고, 여기서 희열을 느꼈다.

경영/경제학자들 또는 정치경제학자들은 기업/경제체제의 지배모델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고 그 장단점에 대해 토의해왔다. 그 두 가지는 영미식의 주주 중심(stockholder) 모델과 대륙유럽식 이해관계자(stakeholder) 모델이 그것이다.

내가 한국 프로야구에 등장한 로이스터의 롯데에서 떠올린 것은 바로 이 두 모델간의 경쟁이었다. 주주 중심 모델은 주주들에 대한 배당을 최우선으로 하기에 단기 이윤에 핵심 가치를 둔다면, 관련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공정한 이익분배를 중심에 두는 이해관계자 중심 모델은 장기적 투자와 성장에 초점을 둔다. 여기서 배당과 이윤을 야구단 성적으로, 투자와 공정분배를 팬들의 재미와 선수들은 고른 성장으로 바꾸었을 때, 이는 한국 상위 야구단 대 로이스터의 롯데와 거의 대응한다.

이런 점에서 로이스터의 롯데가 결국 좌초한 것은 예견된 일이었는지 모른다. 성적이라는 단기실적과, 성적이라는 이윤극대화를 요체로 하는 현대 프로스포츠에서, 또한 그것의 운영이 지역공동체나 팬이 아니라, 재벌대기업과 그 총수일가에 맡겨진 상황에서 로이스터식 이해관계자 모델은 애초부터 성공하기 어려우며,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롯데라는 한국 재벌들 가운데서 저질로 악명높은 구단은 로이스터를 내치는 그들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결정을 했다. 오랜만에 야구에 관심을 가졌던 나는 아마도 다시 떠날 것이다. 혹은 다른 팀을 향해 갈는지도.

Good-bye, Jerry
Good-bye, Lo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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