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0일 수요일

[생각하다] 3대세습 논란에 대하여

시사평론가 유창선씨가 경향신문/이대근 비판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보다

<관련글>

(1) 경향의 민노당 비판은 진보판 색깔론
(2) 경향신문의 성찰을 주문하는 이유

그의 핵심논리는 사실 이정희 대표 "진보임을 인정받기 위해 한마디만 해보라구" 의 그것과 동일하다.

즉 북한의 3대세습에 대한 민노당의 입장 불표명은 거시적 목표를 위한 전략적 행위라는 것이며, 한 정당의 내부적 논의와 전략적 고려에 의한 정치적 결정에 대해 경향이 입장표명을 강요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그 속에는 공안검사(이정희) 혹은 조선일보(유창선)식 색깔론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향의 문제제기는 남북관계나 한국 진보정치 발전에 하등 이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럴까? 유창선씨의 표현을 빌어 사실관계 부터 확인하자.

첫째, 과연 3대세습에 대한 민노당의 입장이 논평을 거부한 것이며, 그 이유는 미국, 한국의 공식 외교채널이 그러하듯 외교적, 전략적 고려에 의한 것인가?

물론 이정희 대표의 글에 따르면 그렇다 한다. 유창선 씨도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몇 글자 되지도 않는 민노당 대변인의 공식논평이 아니다. 그 정도의 공식논평을 만들어 내면서, 겪어야 했을 부 진통과 그 이유가 중요하다(한겨레 보도). 경향이 문제제기를 하는 부분은 여기에 있다. 그 내막은 민주노동당 부설 정책연구소인 새세상 연구소를 방문해서 관련글을 읽어 보면 쉽게 알수 있다. 연구소부소장과 책임연구위원이 관련해 쓴 두 개의 글(아래 노트 참조)은 북한의 대세습과 김정일 정권에 대한 그들의 인식과 이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유창선 씨는 민노당이 북한을 옹호한 적이 없다고 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며 그 글들을 읽어 보길 바란다. 그들은 북한 김정일 정권과 그 체제를 떠 받쳐온 여러 정치적, 사상적 체계를 분명히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유창선씨 글의 첫번째 질문은 그가 말하는 조선일보식 왜곡이다. 경향은 "다들 북한을 비판하는데 당신들은 왜 그러지 않냐?"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민노당의 북한정권과 그 체계에 대한 이해가, 그들이 민주사회의 공당의 주체가 된 이후에도, 예전의 민족통일운동 시절의 그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둘째. 무엇이 더 해악인가?

유창선씨와 이정희 대표 모두 제기하는 두 번째 논리는 일종의 실리론이다. 북한을 비판하는 것 또는 그 대열에 동참하는 것이 남북관계에 도움이 안 될 뿐더러, 한국의 진보정치의 발전에도 해악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다 하는 비판에 북한 스스로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을 비판에 동참하는 것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 북한은 외교적/수사적 비판 내지 공방과 실리적 차원의 협상과 이익의 문제를 가장 성공적으로 분리해 온 나라이다. 다른 국가의 수장에 대해 한편으론 역도라 원색적으로 비판하며, 동시에 쌀과 생필품 지원을 당당히 요구하는 나라라는 말이다.
진보정치 발전과 관련한 해악은 더욱 잘못 집었다. 민주화 이후 한국의 정당정치를 공부하며, 왜 보수정치(한나라/민주)가 이리도 부패하고 무능한 나라에서 진보정당, 혹은 노동을 대표하는 정당이 적실정당으로 발전하지 못할까는 항상 중요한 질문이었다. 가장 중요하게 민주화이후 선거경쟁이 지역과 이를 대표하는 정치인을 중심으로 고착되었다는 점을 들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소위 한국 진보진영의 주도세력이 가지는 북한에 대한 편향성에 있었다 본다. 낭만적, 냉전적 역사인식 - 북한을 여전히 반일 무장 독립세력의 후예에 의해 건설된 한반도의 유일한 정통성 있고 자주적인 정권이며, 현재의 궁핍과 비정상성은 미 제국주의의 지속된 압박 때문이라는 - 에 기초한 그들의 편향된 북한정권에 대한 인식은 끊임 없이 분단상황에서 이를 이용하려는 극우정치세력의 좋은 정치적 자산으로 이용되었다.

문제는 한 개인이 북한정권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그 정부/사상체계를 신봉할 사상의 자유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사회의 공당의 공식적 입장과 의견은 다른 수준의 문제이며 혼동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는 홉스, 로크, 루쏘의 이론적 자원과 프랑스 미국 혁명의 역사적 경험에 의해 확립된 자유주의에 기반한다. 자유주의는 생명, 재산, 자유를 천부의 즉 인간이기에 누구나 갖는 불가침의 보편적 인권에 대한 보장과, 이를 침해하는 개인 또는 조직의 압제에 대한 저항권을 그 핵심으로 한다. 따라서 이정희 대표와 유창선 평론가의 글에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사상의 자유, 똘레랑스 등의 개념은 바로 자유주의 사상의 직접적 산물이자, 하위 개념이다.

따라서 북한의 인민들에 이런 보편적 인권이 부정되고, 또 저항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볼 수만 있다면, 북한 정권에 대해 비판적 스탠스를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이를 지지하거나 신봉하는 세력은 단지 그 사실만으로도,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열린사회의 적들이며 반민주주의자로 봐도 무방하다. 현대 민주사회/국가들 대부분이 이런 핵심가치를 부정하는 정치세력과 집단에 대해서는 결사의 자유 혹은 정당결성의 권리를 제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민노당에 북한정권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물어보는 것은, 그들의 지난시기 발언과 행동을 고려할 때, 또 그들이 헌법과 법률에 따를 의무가 부여된 공당이기에 당연하고 합리적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답/입장을 내놓는 것 역시 일종의 의무에 가깝다. 이는 한 개인에 대해 부여되는 사상의 자유와 또는 의견이 다른 사람을 관용하는 똘레랑스와 다른 수준의 문제이며, 사실 하등 관계가 없다.

* 추가: 조선일보식 글쓰기는 누가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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